예술가의 일을 게으름, 무위, 쓸모없는 일-효율성에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게으름과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과 등치시킴으로써, 이 글은 예술과 일의 문제적인 관계를 드러낸다. 스틸리노비치의 말처럼, 오늘날 예술가는 자신의 창의적 작업이 진짜로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일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실제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을지라도, 모든 활동은 목적을 가져야 하며 시장가치를 얻어야만 한다. (…)
스틸리노비치의 선언문에 추가해야 할 것은 오늘날 예술가가 수행하는 엄청난 양의 일로 인해, 예술가는 자본주의적 노동 이데올로기의 핵심에 있는 진정한 게으름을 드러낼 수 있는 정치적 힘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예술가는 예술가로 남으려면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예술가가 끊임없이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일에 관해 끊임없이 비판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그들의 모든 행위는, 아무리 게으른 행위일지라도, 반드시 일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술가가 그 전환을 직접 하지 않으면, 그 예술가의 일을 일로 가시화하고 평가하는 다른 제도나 시스템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자신의 무용한 일에서 그 어떤 게으름의 흔적도 지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는 자신이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에 자리 잡고 이쓴 진짜 게으름을 비출 수 있는 그 어떤 비판적 힘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