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zin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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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입체적으로 올록볼록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 화가가 만든 평평하게 물결치는 공간에 잠겨들기도 하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구축한 평평하고 견고한 정보 공간에 머무르기도 한다. 이런 평면들은 단순히 납작한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책을 읽고 있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책 속의 공간은 멀리 있는 것이 작게 보이는 삼차원 공간이 아니지만, 두 개의 축 방향으로만 연장될 수 있는 이차원 공간도 아니다. 책의 내용은 일차원으로 전개될 수도 있고 여러 차원으로 확장된 구조를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책의 물질적 형태는 제한된 크기의 평면을 기본 단위로 축조된다. 삼차원을 진짜처럼 구현하고 싶다는 주기적인 욕구의 분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거주하는 미디어 환경은 대체로 평면을 기본 단위로 한다. 우리는 먼 옛날부터 평면을 이용하여 단조로운 삼차원 공간을 좀 더 복잡하고 풍부하게 확장해 왔다.

      윤원화, 『그림 창문 거울』 (보스토크 프레스: 2018) 6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