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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감독 트린 T.민하는 내 체험 바깥에 있는 문화에 “관해 말하기”(speaking about)보다 그 “근처에서 말하기”(speaking nearby)를 제안한다. 「아트포럼」과의 인터뷰에서 트린은 이렇게 말한다.

      “무엇에 관해 말하기보다 근처에서 말하기로 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신과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놓인 잠재적 간격을 인정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대표성의 공간을 남겨두는 거죠. 그리하여 당신이 대상자와 아주 가깝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대표하거나, 대신하거나, 그 위에 군림하여 발언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오직 근처에서, 즉 가까운 거리에서 말할 수 있을 뿐이며(그 타자가 물리적으로 현존하든 부재하든), 봉쇄되지 않게 하고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에 여백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타자가 그리로 들어와 그 자리를 원하는 방식으로 메울 수 있게 됩니다. 이 접근 방식은 양자 모두에게 자유를 주며, 아마 이런 비유에서 이 방식의 강력한 윤리적 견지를 알아본 영화인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권위자의 위치를 점하려고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전지전능의 주장과 지식의 위계에 따라 생성되는 무수한 판단 기준으로부터 당신은 사실상 자유로워집니다.”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노시내 옮김, 마티(2021), 1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