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여행은 타마라로 이어집니다. 여행자는 벽에 걸린 간판들이 여기저기 불쑥 튀어나온 좁은 거리로 들어갑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다른 사물을 의미하는 사물의 형상들입니다. 펜치는 이를 뽑는 사람의 집을 가리키고, 큰 잔은 술집을, 미늘창은 수비대의 막사를, 저울은 채소 가게를 가리킵니다. 조각상과 방패들은 사자, 돌고래, 탑, 별들을 표현합니다. 이것은 사자나 돌고래, 탑 혹은 별의 기호인 무엇인가가-그게 무엇인지는 누가 알겠습니까-있다는 표시입니다. (…) 만약 어떤 건물에 간판이나 형상이 없다면 그건 도시 질서 내에서 그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그 기능을, 즉 왕궁, 감옥, 조폐국, 피타고라스 학교, 사장차 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일들이 판매대 위에 진열해 놓은 상품들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에 대한 기호로서 가치를 가집니다. 수놓은 머리띠는 우아함을, 금도금한 가마는 권력을, 이븐 루시드의 책들은 학식을, 발찌는 관능을 뜻합니다. 폐하의 시선이 글이 적힌 페이지 같은 거리를 훑고 지나갑니다. 도시는 폐하께서 생각해야 할 모든 것을 말하고, 자신의 말을 되풀이하게 만듭니다. 폐하께서는 타마라를 방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저 도시가 자기 자신과 그 안의 모든 부분을 정의하는 이름을 기록하고 계실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