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zin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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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 수집할 소장품으로 가장 먼저 제안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베레타 권총이었어요. 당시 뉴욕 경찰청이 이탈리아에서 제조한 베레타 권총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베레타 권총의 디자인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죠. 쓰이는 목적과는 별개로 대단히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뉴욕 현대미술관의 수집 위원회에 제안했고 확고한 답변을 받았어요. “안 됩니다. 우린 무기를 수집하지 않습니다.” 회화와 조각 컬렉션만 보더라도 총을 표현한 작품이 정말 많은데 이런 답변을 받으니 당황스럽더군요.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자 디자인 작품을 소장하면 보이는 것이 전부이지 예술품처럼 표현으로서 볼 수 없다, 그 물건의 기능을 인정하고 심지어 환영하기도 하는데 베레타 권총의 경우에는 그것이 살인 행위이기 때문이다’라는 거예요. 디자인에는 본질적으로 기능과 연결되어 있어서 예술과 구별되는 직접성이 있다는 이유인데 참 흥미로운 논쟁이죠.

      풀러 왓슨, 『뉴 큐레이터』 김상규 옮김 (2023: 안그라픽스) 37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