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일관된 목소리는 여러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관점들이 서로 뒤섞여 내재하면서 파편적이면서도 다양한 어조와 논조를 만들어내는 관점으로 바뀌지만, 그의 텍스트들은 설치 공간에 따라 구체화되고, 또 달라지는 변화의 양상을 띠게 된다. 텍스트 위주의 작업이 주가 되지만, 이러한 작업이 특정 공간 안에서 구현되고 설치될 때 미니멀리즘의 조각적 특징과 문맥들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평면성이 강조된 텍스트 작업이라고만 할 수 없는 지점들이 양가적으로 나타난다. 홀저의 작업에서 텍스트성만을 강조할 경우, 그의 작업은 마치 Book과 같이 읽히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방대한 양의 <경구들>과 <선동적 에세이>, 그리고 이번 서울관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당신을 위하여>을 고려한다면 수차례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독자로서 모두 읽어내기가 불가능한 텍스트들이기 때문에 ‘Book’과 같은 텍스트성으로만 그녀의 작업을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특히, 그의 작업은 이차원적 텍스트들이 실제적 공간 내에서 구체화되어 설치되었을 때 텍스트 작업은 실제 상황 속으로 파급되고, 독특한 문화적 맥락 내에서 재공명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것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했던 ‘메일 아트’가 텍스트의 정보력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파급력을 가지고 정보 자체가 하나의 미디엄으로 존재했던 논리가 비슷하다. 그 속에서 제니 홀저의 개인의 목소리는 철저희 배제되어 여러 화자들의 목소리가 중첩되고, 겹쳐지면 또 논쟁하는 ‘복수성’을 경험하게 된다.